[제4회 내가느낀질경이] 강경미님 - 우수상

작성자
질경이우리옷
작성일
2019-07-04 08:57
조회
1380


[제4회 내가느낀질경이] 강경미님 - 우수상


커피향보다 진한 질경이가 있다.

요즘 아내가 큰 계획을 감추고 있는 듯 연신 뿌듯해 한다.
설날이 다가오니 그런 모양이다. 이내 그렇게 생각하고 잊었다.
며칠 후 갑자기 휴대전화기가 신이 난 아이처럼 울렸다.
“여보! 한복 입고 싶었지?”
“편하게 만든 한복 그런거 입고 싶지!
“오늘 여보 내가 한 벌 샀어! 유명한 걸로, 저녁에 일찍와!”

어떤 옷일까? 색상은 뭘까? 노티나는 그런 거 아닐까? 아닐꺼야 내 아내를 믿어!
오늘 서울 하늘은 별도 있었다. 우리 집은 그 중에 제일 높았다.
집안에는 내 옷이 반짝이고 있겠지.

“우와” 짱이다. 너무 이쁘다. 미술심리치료 교수님이신 누님도 반했다. 너무 잘 골랐다고.
난 ‘옷걸이가 좋아서 그렇다’고 빈정대기도 해보았다. 정말 좋았다.
오늘 잠은 참 귀찮은 것 같다. 내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우리 딸 마냥

한복을 입어 본지 너무 오랜 것 같다.
결혼할 때 입어보고 오랫동안 군복으로 살아왔다.
20여년의 군생활동안 모처럼 서울이 근무처가 되면서 맞는 첫 번째 명절이다.
누구나 설레이는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만큼은 가슴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설날 하루 전 우리는 형제들 중에 최고의 귀빈이 되었다. 내 딸도 세상 최고였다.
남한산성 조그마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에스페레소와 아메리카노 커피향보다
우리 부부의 향내가 더 강함을 느꼈다.
이 자연스럽고 뿌듯한 자유! 그리고 한 컷! 이 아름다운 색감!

아름다운 인사동에는 질경이가 있다.


인사동에는 예스러움이 많다. 외국관광객도 많다. 우리의 젊은이도 많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비집고 스치며 질경이를 찾아 이른 아침부터 부산히 아내가 내 손을 이끌고 다녔다. 그 곳에 진짜 질경이가 있었다.

쇼핑은 이런 거구나! 내 몸은 질경이 속에서 중독되었다.
친철한 질경이 사람들에게도 취했다. 더 있다가는 큰일 날듯 아내에게 끌려 나왔다. 그래도 윗도리 하나는 내것이 되어 있었다. 겨울 조끼와 코트는 찜하고 나왔다.
질경이가 있어 인사동이 아름다웠다.

이제 명절이 두렵지 않다. 전국을 누빌 내 드라마가 벌써 설렌다.
그런 명절을 느끼게 해 준 아내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질경이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