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자 (에세이플러스 문학회 이사)

작성자
질경이우리옷
작성일
2019-07-03 08:58
조회
1543




6년 전에 질경이를 알게 되었어요.
친구가 입은 걸 보고 좋아보여서 따라 입어봤는데,
일단 옷이 굉장히 편해서 입기 시작했어요.
가격이 아주 싼 건 아니지만, 다른 양장에 비하면 가격이 중간정도예요.
또 사시사철 입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저렴한 면도 있고요.

색이 자연색에 가까워서 무난하고 그래서 편하게 입을 수 있었어요.
소재가 인체에 잘 맞고요, 통풍이 잘 되서 땀이 배도 표시가 잘 안나요.

서양옷은 땀이 나면 피부와 붙는데 질경이 옷은 풍성하니까 그런 걱정 없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것 같아요.

또 질경이 옷은 착용감이 편해요. 서양바지는 앉았다 일어날 때 불편할 때가 많았거든요.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요. 질경이는 허리에 벨트를 하지 않고 끈을 매니까 자기 마음대로 조절 가능한 게 좋더라고요.
허리에 힘이 없는 사람들은 허리에 힘이 생기기도 해요.

질경이 옷의 특징이 세탁을 해도 색이 빠지긴 하되 자연스럽게 바랜다는 거예요.
은은하게 더 기품있는 옷이 되죠. 구김도 잘 안가서 아주 실용적이고요.
게다가 옷이 아주 섬세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어요. 바느질도 꼼꼼하고요.
질경이 옷은 참 귀한 옷이예요.

왜냐하면 체형에 관계없이 사람을 품어주는 맛이 있어요.
세상에는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아파서 몸이 반듯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질경이 옷은 풍성해서 그런 사람들도 밉지 않게 연출해줘요.
넉넉한 옷이라 뚱뚱한 사람도 보기싫지 않게 해주고요.

저는 수필을 쓰는 일을 하는데, 옷이 편하고 단아해서 다른 옷 입었을 때보다 질경이를 입으면 훨씬 글쓰기에도 집중이 되요.

또 심성적으로도 많이 너그러워지고 어떤 일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죠.
다른 옷을 입었을 때보다 가지런해지고 마음이 모아지는 게 느껴져요.

그런 느낌은 편안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의무감 같은 게 생기는 이중적 감정이예요. 일단 자유스러워진다는 건 영혼이 가라앉는다는 느낌이예요.
그래서 자유롭죠. 반면 자유에는 의무가 따르잖아요.
그래서인지 질경이 옷을 입으면 자연스레 내 몸가짐을 단속하게 되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질경이를 입으면 개성이 생겨서 참 좋지요.
아무래도 남들과 구분되는 멋이 있잖아요.
게다가 질경이는 옷이 싫증이 안나요.
아무리 오래입어도 2-3년이면 낡아서 못입거나 체형이 변해서 못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질경이는 미색의 경우 세탁을 많이 하면 흰색이 되요.
아무리 세탁을 해도 또 그런대로 입는 멋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전 낡고 닳아서 질경이를 못입는 일은 있어도 싫증나서 못 입는 일은
없어요.

게다가 질경이는 화학섬유가 아니고 천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줘요.
그런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죠. 그래서일까요?

질경이에 더 애착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