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내가느낀질경이] 최우수상_우영희님

작성자
질경이우리옷
작성일
2019-07-03 09:35
조회
1285


[제1회 내가느낀질경이] 최우수상_우영희님


질경이 우리옷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 놀러간 인사동의 매장에서였다.
사진에서 입고 있는 검은색 고쟁이 바지를 사서 대학 수업을 들으러 갈 때나 모꼬지를 갈 때나 즐겨 입었었다. 대학 교정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너 운동하니?"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학생운동 혹은 택견 같은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둘 중 아무 것도 아닌 그저 옷이 편안하고 좋았기 때문이었다.
질경이 우리옷은 참 편안하다.
나에게 질경이 우리옷은 대학시절엔 교복이었고 직장인인 지금은 출근복이다 .
고등학교 때 탈춤을 배우는 기회가 있어 민복이란 옷을 처음 입어봤는데 활동성이 좋고
참 편안한 느낌이었다. 질경이 우리옷 고쟁이 바지가 꼭 그와 같았다.
질경이 우리옷을 입기 전까진 한복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부채춤을 출 때 더운 여름날
땡볕에서 덥게 입는 옷이었고, 설날 세배를 드리기 위해 일년에 하루 날 잡아 있는 옷이었다. 그러나 질경이 우리옷을 만난 이후, 한복은 내 생활과 하나가 되었고, 언제 어디에서나
즐겨 입는 옷이 되었다. 명상이나 요가를 할 때도 입고, 집 근처 산책을 나갈 때도 입고, 절에 예불을 드리러 갈 때도 입고, 지인의 축복된 결혼식을 축하하러 갈 때도 입고, 물론 나의 결혼식 때도 입었다. 그리고 명절 차례를 지낼 때도 입고, 제사를 모실 때도 질경이 우리옷을 입는다.
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은 질경이 매니아로 기억하기도 하고,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할 때도 그렇게 소개를 해주기도 한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한복을 좋아한다며 신기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그 사람들이 참 신기하다. 한복은 우리옷인건데 청바지를 입거나
양장을 입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질경이 우리옷을 만나 나에게 생긴 변화 중 또 한가지는 옷차림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질경이 우리옷을 만나기 전에는 옷이란 그저 몸에 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질경이 우리옷을 입으면서 나의 마음가짐이 차분해지고 사람들에게 겸손해지고
태도와 행동거지가 편안해지고 달라지는 것을 느낀 후로 옷차림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활에서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경이 우리옷이 좋은 점은 첫째, 천연섬유로 옷을 지어 몸에 좋다. 통기성이 좋고 옷이 몸에 닿는 촉감도 부드럽고 좋다. 둘째, 공간과 여유가 있다. 그 넉넉함과 여유에 옷을 입는 사람의 마음까지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셋째, 인간존중의 마음이다. 질경이 우리옷을 입고 사람을 만날 때면 지위나 나이 등 다른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게 된다. 누가 누구보다 높거나 낮지 않음,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 내가 나를,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게 된다.
내가 출근복으로 질경이 우리옷을 예찬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교직에 들어서며 교생 때 입었던 양장도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양장은 불편함이 있다. 학생들을 대하고, 동료교사들을 대할 때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두게 된다. 학생들에게 교사로서의 권위를 의식하게 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다고 캐쥬얼 차림으로 학생들 앞에 설 때면 학생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친구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에 있어 조심하는 마음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질경이 우리옷을 입고 교단에 설 때는 다르다..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권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해 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한편 나 역시도 학생들을 한 인격체로 예우하게 된다. 학부모 앞에 설 때도 마찬가지이다.
인생 경험이 많고 나이가 나보다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학부모들 앞에서 교사로 젠체하지 않고 그렇다고 나이가 어린 미숙함을 드러내지도 않고 학생들 아끼고 위하는 마음 그대로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에 참 좋다.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도 나이나 경험, 직위 등을 떠나서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이기에 주저함이 없이 당당하고 하지만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질경이 우리옷은 말그대로 우리옷이다. 난 질경이 우리옷과 함께 해온 대학시절과 교직생활이 참 자랑스럽고 좋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옷을 즐겨 입었으면 좋겠고 우리옷을 입는 것에 주저함이나 망설임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으로서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질경이 우리옷이 더더욱 번창하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질경이 우리옷을 즐겨 입고 한복을 더욱 사랑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