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내가느낀질경이] 정주혜님
작성자
질경이우리옷
작성일
2019-07-04 08:25
조회
1588
[제2회 내가느낀질경이] 정주혜님
겨울비가 내리는 소리가 새벽부터 세차게 들립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꽃신 젖을까봐 외출할때 질경이 옷을 입을까 어쩔까 잠시 망설여 봅니다. 저는 비가 오는 것이 반갑고도 다소 특별하게 여겨지는 지역인 Los Angeles 에 살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처음 질경이와 인연을 맺게 된건, 위로 있는 두 언니가 아직 한국에서 살고 있을 때 였으니까 아마 90년대 말쯤 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고 언니들은 한국에 있고, 그러면서 한벌 두벌 보내주는 옷을 받아 입기 시작했습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입게되는 전통 한복에 비해, 평소 가벼운 외출때에도 또 집에 있을때에도 부담없이 입을수 있는 이 질경이 옷에 저는 너무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지요.
지금은 디자인이나 색깔이 너무도 다양해져 골라입기가 힘들정도가 되었지만 그때는 멀리서 받아입는 이유로 제게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저 언니가 내 취향에 맞게 보내주는 ‘처분’에 따라 입을 뿐이었죠. 그래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외출때에 간단한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나가면 한국분들은 “아, 개량한복 입으셨네요, 너무 예뻐요” 하시고, 외국사람들은 ‘Traditional Dress?’ 냐고 묻고는 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항상 덧붙여 말해 주었습니다. 그냥 Traditional Dress 가 아니고 “Contemporary Traditional Dress” 라고요. 생각해보면 Contemporary 와 Traditional 이란 말은 정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질경이 옷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단어는 없었습니다. 이 말처럼 질경이 옷은 전통의 멋을 충분히 가지면서도 현대적으로 실용성있고, 또 활동하기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활동이기에 편한 이유로 집에서도 즐겨 입었습니다.
하루는 겨자색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아마 삼국 시대 사람을 연상시켰나 봅니다. 퇴근하고 들어오는 남편이 “마치 고구려 시대로 들어오는 것 같다”며 껄껄 웃었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굉장히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을 주어 좋았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제 질경이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5년전 한국에 나갔을 때는 제가 직접 인사동 질경이를 찾아가게까지 되었습니다. 가뭄에 단비 내리듯 감질나게 받아 입다가 제가 직접 보고 고를 기회가 되니 너무나 흥분되고 기뻐 어쩔줄 몰랐습니다.
일반 서양식 바지에 질경이 저고리를 매치해서 입는 언니들과는 달리, 저는 치마와 저고리를 함께 한벌로 입는 스타일을 좋아해 옷을 고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꽤 오랜만에 하는 한국 방문이었지만 제게 질경이 옷 외에는 shopping 할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곳 Los Angeles 에 살면서도 저는 참으로 질경이 옷을 많이 즐겨 입는것 같습니다. 교회 갈때도, 학교에 모임이 있어 갈때도 또 친구들 만나 식사를 할때도 저는 서양옷 보다는 질경이 옷을 선호 했습니다. 남편 사업 관계로 외국인과 함께 식사를 할때도 당연 저는 질경이 옷을 택했습니다.
늘씬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서양사람들 드레스 사이에서 우아하고 멋있게 튀기에 이 질경이 옷 만한게 또 있을까요? 한번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잠시 서 있는데 어떤 모르는 분이 머뭇머뭇 제게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LA 어디에서 이런 생활 한복 관련된 business 하시냐고요. 이런 비슷한 질문은 너무도 많이 들어 새롭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서 사온 질경이 옷이라고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너무 멋있다고, 또 잘 어울린다고 칭찬들을 해주시니까 그냥 더 신이 나서 입는 것 같습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차례 모실때나, 할아버지 제사 때도 저는 물론 남편과 두 아들에게도 저는 질경이 옷을 입힙니다. 두 아들은 어릴때 까치 질경이 부터 입혔으니 지금은 중학생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잘 입고 명절을 지냅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질경이 옷을 내밀며 저는 두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나는, 처음으로 질경이 옷을 입힐때 힘들었습니다. “뭐 남자가 한복까지 챙겨 입어야 하냐” 구요. 갈아 입기 귀찮다 그거지요. 또 다른 하나는, 일단 입은 질경이 옷은 안 벗는다는 겁니다.
너무도 편하기 때문이지요. 어찌되었건 저희 가족 모두는 너무도 질경이 옷을 애용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활동하기도 편하고 통풍도 잘 되고, 세탁도 쉽고, 보기에도 좋으니 안좋아할 이유가 없겠지요. 작년 여름에 다시 한번 인사동 질경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 아이들이 강원도에서 하는 세계 잼보리 대회에 참가하느라 한국 방문을 한것이지요. 그곳에 계신 점장님 도움으로 예쁘고 맘에드는 질경이 옷을 짧은 시간에 잘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이곳 LA에 산지 벌써 20 년이 가까와 오지만 저는 질경이 우리옷만큼 좋은 옷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전통적인 특색을 살리고 좀 더 편리하고 실용적으로 발전시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이런 우리옷이 있어 저는 외국에 나와 살면서도 전혀 외국에 사는것 같지 않게, 한복을 입으면서도 전혀 한복을 입은것 같지 않게 활동적으로 생활하며 멋있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질경이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고 있네요.
오늘은 빨강 저고리에 빨강 꽃무늬 끝단이 있는 검정 치마, 빨강 꽃신을 신으려 합니다….. 비 온뒤의 햇살이라 그런지 참으로 눈부십니다. 이 California 햇살 그곳 한국에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LA 에서 정 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