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내가느낀질경이] 유영례님 - 최우수상

작성자
질경이우리옷
작성일
2019-07-04 09:38
조회
593


[제4회 내가느낀질경이] 유영례님 : 최우수상


나와 질경이
나는 많이 통통한 여인이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가졌을 때 일이다.
배는 점점 불러오고 땀은 줄줄.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참 말할 수 없이 힘들 때 시어머니께서 손수 여름옷을 지어 주셨다. 집에서는 삼베로 등지기라는 것을 만들어 주셨고, 직장에서 입을 옷은 모시로 만들어 주셨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한 번 입은 후로는 그 옷 아니면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내 몸에 맞게 넉넉하게 만들어 주셨고, 두 번째는 시어머니께서 그 귀한 모시옷을 손수 만들어 주셨으니 감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얼굴이 좀 하얀편이어서 그럭저럭 어울렸다. 그렇게 둘째 아이까지 줄곧 어머니께서 지어 주신 옷을 입었고, 어머니께서는 내가 즐겨 입는 것을 보시고는 아예 다른 계절 옷까지 지어 주셨다. 물론 몸이 더욱 불어 맞는 옷도 별로 없었지만 잘 어울린다는 듣기 좋은 소리에 나는 그만 계속해서 그런 옷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질경이 매장을 만났고, 그 이후로는 한 번 두 번 찾아간 것이 점차 단골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연로하셔서 이제는 지어주신다 해도 미안해서 받을 수가 없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도 어머님의 고마움 때문이다.
다행히 몇몇 회사의 우리옷이 날로 발전해 가고 있어 참 다행이라 여긴다.
이제는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상에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느낌일지 혹은 어떤 질감이며 어떤 감각일지.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이십년을 넘게 입다보니 이제는 직장에서도 으례껏 저 사람은 한복이나 우리옷을 즐겨 입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이제는 간혹 뭐를 사야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생겼다.
우리옷을 입고 계속 통통해지자 그런 것만은 절대 아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자태를 위해 쉼없이 노력하며, 또 새로운 감각에 대한 안목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드러내놓는 어느 한 부분보다 가림의 미학으로 이어지는 고운 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은밀한 아름다움, 슬며시 들이미는 한 송이 꽃을 수놓듯 그렇게 계속 엮어가야 한다.
옷은 철학이며 삶이다.
아무리 급해도 한복을 곱게 입고 무단횡단은 아니될 말이며, 우리옷을 점잖게 입고서 교양 없는 막말은 꿈도 못꾼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은 유난히 시선을 주고 지켜보는 터라 옷으로 인한 나의 행동은 나를 더욱 단정하게 해주어 늘 고맙게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요즘처럼 유행이 심하고 옷값이 만만치 않는데 비해 우리옷은 참 괜찮은 편이다.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잘 이용해서 헤진 데나 흠집이 나면 수를 놓는다거나 변형해서 입기도 좋다.
옷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장소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품위와 활동에 적절하게 잘 활용한다면 우리옷은 정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봄이다.
조금 화사한 우리옷을 입고 나오면 눈이 커지면서 묻는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나는 웃으며 답한다.

“네 좋은 일 있습니다.”